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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근거를 보는 창 '코크란'에서 후계자를 찾습니다"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제가 끝나면 끝나는 겁니다."비장함이 느껴졌다. 그가 사라지면 말 그대로 끝난다. 최근 후계자 물색에 나선 코크란 한국 지부의 이야기다.의료진들은 대게 '코크란'이란 용어를 안다. 근거 중심의 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을 말하고자 할 때 '코크란 리뷰에 따르면'과 같은 말이 수식어처럼 쓰이기 때문이다. 특정 의료 행위, 약제 사용을 두고 적절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일에 잣대 역할을 한다는 것.그런데도 정작 코크란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물으면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다. 각 국가 지부 성격인 코크란 센터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다.지부 지위는 기관에게 부여하지 않는다. 사람 대 사람으로 전수하는 규율 상 견습을 통해 숙달하는 도제식 훈련이 필요하다. 후학 물색에 실패하면 "끝난다"고 표현한 건 결코 과장이나 엄살이 아니다.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후계자 물색에 나선 까닭은 뭘까. 아니 그것보다 코크란은 무엇을 하는 곳이고, 어떤 비전을 가진 곳일까. 김현정 코크란 연합 한국 지부장(고려대 예방의학교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감기약부터 오메가3까지…"논란 해결사 역할"#아세트아미노펜이 감기로 인한 불편감에 효과가 있는지 살핀 코크란 리뷰는 코막힘이나 콧물에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근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일부 진료지침에서는 감기로 인한 기침 완화에 나프록센 사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코크란 리뷰에 따르면 감기로 인한 두통, 근육통 등의 불편감에는 효과는 있었지만 호흡기 증상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정리돼 있다.논란이 되는 의료엔 항상 코크란이 등장했다. 오메가3 효용성 논란부터 최근 신장학회의 조기 협진의 근거에도 코크란이 인용됐다. 그만큼 공신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김현정 지부장은 "의료행위는 어떤 치료, 행위를 할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이라며 "코크란은 보다 나은 의사 결정을 위해 각종 연구를 체계적으로 문헌 고찰하고 그 근거를 종합해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그는 "코크란 라이브러리에 게시된 체계적인 코크란 리뷰의 수는 약 7500건에 달한다"며 "이런 축적된 자료를 통해 근거중심의 의학을 활성화하고 여러 자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근거를 도출해내는 능력을 키워주는 역할, 즉 교육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김현정 코크란 연합 한국 지부장은 코크란이 근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해석, 비평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그는 "소속 연구원이 돼 연구 주제를 선정할 때는 코크란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며 "코크란은 주제의 중복 연구를 막고 인력의 효율적 분배를 위해 미리 연구 주제에 대해 승인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밝혔다.연구 주제가 승인되면 전세계 코크란 연구원들이 이를 존중하기 때문에 오히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연구가 가능해진다. 이미 진행 중인 연구의 경우 코크란이 기존 연구자들과 연결시켜주기도 하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구에 천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코크란은 근거를 바라보는 창"김 지부장은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각 나라의 언어로서 해석해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며 "코크란은 축적된 지식을 사회에 환원해야한다는 의무를 철학으로 삼기 때문에 의료인 중심의 언어가 아닌, 초등학교 5~6학년생이 읽어도 이해될 정도 쉽게 쓴다"고 말했다.그는 "이런 연구를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임상 등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리뷰(시스테마틱 리뷰)하는 방법론의 교육도 필요하다"며 "2007년부터 매년 2~3번씩 체계적 리뷰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의대 교육 과정에서 근거중심의학을 가르치지만 실제 체계적인 리뷰하는 방법론까지 알려주진 않는다"며 "의대생을 포함해 의료진들마저도 세계적인 저널에 등재됐다고 하면 무조건 믿고 보는 풍토가 있어 아쉽다"고 진단했다.에비던스를 어떻게 보고 평가할 수 있는지 비판적인 시각을 갖춰야만 맥락 사이에 감춰진 함의를 해석할 수 있다는 것.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일부 제품들이 인용하는 임상은 수 십명 수준에 불과하거나 연구 설계 자체가 부실해 근거로 활용하기에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 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임상 결과가 있으니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우를 범한다.김현정 지부장은 "어떤 약이 40명에서 효과가 확인된 것과 40만명, 400만명에게서도 똑같이 효과가 일반화될 수 있는지 여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며 "논문에서 결과 파트는 사실을 나열한 것이고 결론은 연구진의 주장인데 이를 혼동하는 사례도 많이 본다"고 지적했다.그는 "의료진들도 여러 연구를 종합 분석한 메타분석 결과라면 맹신하기도 하지만 여기도 허점이 많다"며 "어떤 약제의 효과에 대해 첫 연구가 나오고 이후 이를 포함한 체계적 리뷰가 나오면 똑같은 연구를 중복 인용하면서 효과에 가중치가 누적되는 효과 착시 현상이 벌어진다"고 꼬집었다.그는 "코크란은 쉽게 말해 근거를 바라보는 창"이라며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 소비자 모두 데이터를 맹신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풍토를 바꾸는 것이 책무이기 때문에 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코크란 연구가 안성맞춤"이라고 덧붙였다.■"故 안형식 교수가 뿌린 EBM 씨앗, 후계자로 키워내야"한국의 EBM과 코크란 도입에 故 안형식 교수(고대의대 예방의학교실)를 빼 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한국에서의 비정상적인 갑상선암 증가의 원인을 지적,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것이 그의 업적. 안 교수의 직속 제자 역시 김현정 지부장이었다.김 지부장은 "코크란은 영국 옥스포드에서 1991년도에 설립됐고 이를 기점으로 근거중심의학이라는 EBM이 개념이 태동하기 시작했다"며 "2002년 스승이신 안 교수가 영국으로 건너가 관련 공부를 하고 2004년부터 국내 EBM 전파에 앞장을 섰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2005년부터 한국에서도 코크란 지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마침내 2009년도에 지부가 설립됐다"며 "고려대의대 근거중심의학연구소장인 안형식 교수가 코크란 연합 한국 지부장이 되면서 지금까지 고려대의대가 명맥을 유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안 교수의 제자로 있으면서 20년간 근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 이해하기 위한 방법론을 습득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안 교수가 별세하면서 코크란 연합 한국 지부장을 승계하게 된 만큼 이제는 후학 양성을 고민하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지부장 승계도 급작스러웠지만 당장 후학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은 실제적인 부담으로 다가왔다. 코크란 지부 지위는 사람 대 사람으로 전승되기 때문에 당장 김 지부장의 활동이 중단된다면 사실상 코크란 한국 지부는 생명을 다하기 때문이다.김 지부장은 "안타깝지만 코크란으로 생계활동이나 연구비 지원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지식의 사회 환원이라는 책무, 철학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코크란 활동을 했으면 한다"며 "10년 이상 체계적으로 같이 활동하며 방법론을 충분히 전수하고 싶은데 아직까지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는 못했다"고 말했다.그는 "희망적인 비전이라면 의료선진국으로 꼽히는 해외에선 코크란이 의료 결정의 등대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향후엔 국내에서도 그런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국내에서 안 교수가 뿌린 EBM의 씨앗이 제대로 자리잡고 성숙하기 위해선 원활한 후계자 양성, 육성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실제로 영국 코크란의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각종 의료의 에비던스 센터 역할을 자임해왔다. 제약사의 지원을 받는 경우 무언의 압박을 받을 수 있고 이런 경우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다.김현정 지부장은 "근거 중심 의학이 곧 효율적인 건강보험 재정의 사용 및 분배를 담보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은 최대한의 효율을 이끌어 낼 수 최소한의 투자금과 같다"며 "국내에서도 건강보험 재정이 의료적으로 무의미하거나 비효율적인 곳에 쓰이지 않고 제대로 쓰일 수 있는 근거 창출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사회는 점진적으로 바뀌고 그 변화를 추동하는 힘에는 사람들의 인식, 철학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코크란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지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와 가치가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코크란 활동에 함께 했으면 한다"고 지원을 당부했다.
2024-03-27 05:30:00학술
인터뷰

"JAMA 논문은 무조건 믿는 관행…이제는 깰 때 됐다"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첫 시도 후 20년만에 이룬 결실입니다."최근 대한근거기반의학회가 창립되면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임상 과정을 거친 약제의 사용이나 치료 전후 예후의 변화를 살피는 수술법 등을 포괄하는 '의학'은 자연히 근거에 기반한 과학적 학문이 아니냐는 것.이미 근거 기반 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을 하는 마당에 의학회의 창립은 사족일 수 있다는 시선이다.근거기반의학회 창립 첫 시도는 2004년. 20년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과학적인 기틀 안에서 의학적 위상이 정립됐다는 인식 역시 근거기반의학회의 존재 당위성에 의문을 던진다.왜, 그리고 지금 근거기반의학회가 필요한 것일까. 김재규 근거기반의학회 초대 회장(중앙대 소화기내과)과 김현정 학술이사(고대 예방의학과)를 만나 의학회 창립의 배경 및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들었다.■"근거기반 의학 아직 멀어…체계적 교육 부재"이달 1일 대한근거기반의학회는 발기인 32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가졌다.창립총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보고안건을 통해 故안형식 교수(고대 예방의학과)의 이름이 거론됐다는 점.안형식 교수는 국내의 갑상선암 발생률 상승이 과도한 조기검진에 의해 촉발됐을 수 있다는 논문을 세계적인 학술지 NEJM에 발표해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김재규 초대 회장은 "2004년 안형식 교수가 국내 최초로 근거기반의학회를 창립하고자 했고 2007년, 2009년, 2019년까지 그런 시도가 이어졌다"며 "안 교수가 작년 작고하면서 그 유지를 이어받아 학회가 창립됐다"고 설명했다.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근거기반 의학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여러 의료진들이 공유하게 됐다"며 "학회 구성에는 김현정 학술이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왼쪽부터) 김재규 초대회장, 김현정 학술이사그는 "의학은 근거 중심이기 때문에 근거기반의학회의 창립에 의문이 들 수도 있다"며 "임상의사들이 근거 기반의학을 하고 있지만 정작 근거 중심적인 사고는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근거도 재해석하고 재발전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본 학회가 할 일이 있다"고 강조했다.임상학회들은 각자 고유의 영역에서 근거를 생성하고 활용한다. 반면 근거기반의학회는 근거라는 것 자체를 어떻게 생성하고 바라보고 해석, 활용해야 할지를 탐구하는 등 보다 본질적이고 광의의 의미를 다룬다는 것.김현정 학술이사는 "미국 예방 서비스 태스크 포스(USPSTF) 등에서 근거를 가지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이는 하나의 개발 방법론"이라며 "근거기반의학회는 이런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활용되는 여러 방법론을 체계화하고 이를 보건의료현장에서 적용케 하는 일을 한다"고 영역을 구분지었다.그는 "각 학회가 근거기반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근거기반의학회가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며 "과거엔 임상의사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합의하는 방식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무래도 편향이나 편견이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각 학회가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면서 스스로 해석하거나 해외의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등 전문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는 것.전문가 합의 방식의 가이드라인의 경우 각 항목마다 소위 '대가'라는 사람들의 주관적 판단이 권위라는 형태로 과학적인 선택을 대신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그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에 대한 교육이 없다는 점이 근거기반의학회 창립의 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김현정 학술이사는 "글로벌 스탠다드는 무기명 투표를 통해 전문가 합의를 이루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에서는 아무리 영향력이 있는 교수라고 하더라도 한 표를 행사할 수밖에 없고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에 영향없이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해외는 지금…"환자 참여형 가이드라인 활성화"김재규 회장은 "학회들이 열의를 가지고 방법론을 학습해왔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에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그간 이와 관련된 교육 프로세스가 없었기에 학술대회를 통해 교육 세션을 진행, 근거 기반의 방법론을 설파하겠다"고 강조했다.그는 "특히 해외의 경향성을 보면 환자가 가이드라인에서 피동적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 존재로 개입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며 "환자의 가치와 선호도가 가이드라인 개발에 반영되는 것도 최근의 글로벌 동향이기 때문에 학회 활동을 통해 이런 저변 확대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이달 1일 대한근거기반의학회는 32명의 발기인과 11명의 임원진으로 학회를 창립했다.김 회장은 "질병과 치료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환자들이고 그런 측면에서 보면 환자들은 질병의 전문가"라며 "의료선진국에선 가이드라인 개발에 환자가 직접 참여하는 사례가 많아, 국내에서도 환자의 가치와 선호도를 근거와 연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그는 "국내에서 환자단체가 늘어났고 목소리도 커졌다"며 "환자의 자기 권리 인식 측면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환자단체가 이익단체로 변질돼 이익 관철이 최대의 가치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김현정 학술이사는 "학회들이 과거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만들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처럼 환자단체들도 이익 관철이라는 목적 아래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학회 활동을 통해 의학적인 영역에서 환자들의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최종 목표는 과학적 사고 저변 확대"최종 목표를 과학적이고 근거에 기반한 저변 확대로 잡은 학회는 최근 의대 증원 카드를 꺼내든 보건당국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정책 추진이 당위성을 얻기 위해선 사람들을 설득시킬만한 근거와 논리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 불확실한 근거에 기반한 '2000명 확대'와 같은 구호는 반발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김재규 회장은 "학회 활동을 통해 적어도 임상의들이 근거에 기반해 판단하고 치료해야 된다는 사고를 가지도록 하겠다"며 "이런 활동들이 축적되면 사회는 물론 행정당국에도 근거 기반의 정책 추진이라는 전통이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그는 "인기 조사처럼 설문을 거쳐 몇 만명의 의료진이 부족하니 연간 2천명을 더 뽑겠다는 식의 정책 추진은 무리한 측면이 없잖아 있다"며 "학회 활동이 활성화 되면 논리 대 논리, 근거 대 근거의 치열한 논쟁을 벌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김현정 학술이사는 "신종플루 유행 당시 타미플루의 효과가 좋다는 특정 연구에 기반해 영국 정부가 타미플루를 대량으로 구매했다"며 "일본 과학자가 해당 연구에 문제를 제기했고 추후 살펴본 결과 증상을 하루 완화시키는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그는 "제약사가 100개의 연구를 진행해서 효과를 보인 20개만 발표하고, 효과가 없었던 나머지 연구를 발표하지 않으면 대중들은 20개 연구만을 보고 약에 대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근거기반의학회는 과학적 근거라고 하는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석해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접근하는 체계"라고 말했다.김재규 회장은 "이런 체계적인 접근에 대한 교육이 부재했기 때문에 의대생뿐 아니라 의사들도 JAMA나 NEJM 등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자료라고 하면 이를 모두 과학이라고 맹신하기도 한다"며 "과학적인 사고가 확대되려면 아무래도 제약사 등 자본에 의해 휘둘리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현정 학술이사는 "실제로 일본 후생성은 국가 정책적으로 근거 기반 보급 추진 사업(Medical Information Distribution Service, MINDS)을 지원, 가치 중립을 유지하도록 한다"며 "일본의 모든 가이드라인은 MINDS를 통해 움직인다"고 밝혔다.그는 "MINDS는 환자가 진료 지침 만드는 데 참여하고 싶다고 하면 지원자를 모집해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며 "근거기반의학회도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해 의사뿐 아니라 환자, 일반 대중까지 근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는 기틀을 형성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2024-02-22 05:30:00학술

주치의제 강조나선 기능의학 의사들…제도권 진입 촉구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대한기능의학회가 기능의학을 기반으로 한 주치의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관련 검사·치료가 제도권에 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대한기능의학회는 지난달 30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기능의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기능의학에 대한 임상·학술적 기반을 다져 정부·국민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다.대한기능의학회 이재철 회장우리나라에서 가정의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가정의학과가 만들어진 것처럼, 최종적으로 가정의학을 하나의 전문과로 만들겠다는 것.이와 관련 기능의학회 이재철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질병 개념에서 치료·검사하는 현대의학과 달리, 기능의학은 건강에 집중해 그게 준하는 검사로 질병을 미리 예방하는 근거 중심 의학이다"라며 "기능의학을 전문과로 만들어 주치의제도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다. 이를 통해 개별 맞춤 의학을 실현한다면 국가에서 모든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강조했다.이어 "여기에 정부·지자체 등에서 나서준다면 국민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본 학회가 메디칼허브 역할을 하며 우리나라만의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을 정도로 기능의학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기능의학회 김광민 이사장은 기능의학의 정의를 설명했다. 그는 기능의학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체 전체를 고치는 예방적인 의학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음식·문화·사회 등 생활 습관과 정신의학적 측면까지 다뤄야 한다는 설명이다.기능의학적 관점에서 질병의 원인이 되는 7가지 핵심 불균형 사항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이에 접근하기 위해 ▲소화·흡수·장내미생물·호흡 등 동화작용 ▲염증·면역·미생물 등의 방어와 수리 ▲사립체 조절 등 에너지 생성 ▲독성·해독 등 생체변환과 제거 ▲심혈관계·임파계 등 수송 ▲내분비·신경전달물질·면역전달 등 신체 기관 간 커뮤니케이션 ▲신체 구조 건전성 등에 문제가 생기면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와 관련 김 이사장은 "기능의학은 질병의 증상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원인을 찾고 예방의학적 측면에서 관리를 도모한다"며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최고의 건강 상태를 지향하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이 때문에 기능의학적 검사들은 현대의학적 검사에 더해 소화 기능, 에너지 대사, 스트레스 등 보다 광범위한 영역을 다룬다는 설명이다. 또 이 같은 검사들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대한기능의학회 김광민 이사장이어 편두통 환자의 사례를 제시하며 약물치료에도 증상이 재발한다면 기존 병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짚기도 했다. 이 환자가 항생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소화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한 면역 반응으로 두통이 생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인불명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에는 기능의학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김 이사장은 "기능의학은 약으로 편두통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기전을 파악해 원인을 해결한다. 증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뜻"이라며 "편두통을 일으키는 밀가루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거나 염증을 유발하는 불균형 관계를 치료하는 것이 기능의학적 접근"이라고 강조했다.대체의학과의 차이점은 분명히 했다. 기능의학은 철저히 과학적인 근거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아직 근거가 미비한 부분에 대해서도 임상의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질 관리를 위한 회원교육 및 인증의제 운영상황도 조명했다. 내년 발간 예정인 기능의학회 학술지에 대한 등재신청도 계획 중이다.대한기능의학회 기자간담회 현장기능의학회는 기능의학의 당위성이 정부와 국민에게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사회에 따른 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기능의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이와 관련 이 회장은 "기능의학은 국민이 어렸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치료가 가능한 의학이다. 현재는 이미 질병에 걸린 환자를 검사해 교육하고 식이조절을 하는 식"이라며 "이는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이다. 만약 지자체마다 주치의가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이를 통해 아예 만성질환이 생기지 않게끔 한다면 국가도 의료비 지출 줄일 수 있다"며 "기능의학은 미국에서 생겼지만, 우리나라에서 집대성할 수 있고 실제 많은 데이터가 많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김 이사장은 "어느 의학이 더 낫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학의 약물·수술 치료가 당연히 효과는 더 좋고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기능의학은 여기에 덧붙여 시행할 수 있는 영역으로 현대의학과 상호보완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기능의학회 박진규 법제이사는 기능의학이 제도권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관련 검사가 급여는 물론 비급여 항목에도 포함돼있지 않아 환자가 원해도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이와 관련 박 법제이사는 "현재 기능의학적 검사 중에 건강검진센터를 통해 검진 형태로만 받을 수 있는 것이 많다"며 "기능의학을 확대하고 이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검사가 기본이 돼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이를 활성화할 방법이 없다. 환자가 원한다면 관련 비용을 100% 부담하게 해서라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12-05 05:31:00병·의원

비타민주사 등 근거의학 선포한 가정의학회 파급력은 미지수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대한가정의학회가 근거 없는 의학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근거가 미약한 진료 및 치료를 '불필요한 것'으로 정의한 가운데 해당 범위에 의료기관에서 시행되는 다양한 행위가 포함돼 있어 실제 적용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학회는 개원가에서 흔히 이뤄지는 아미노산 및 비타민 등을 함유한 수액제제 주사 금지는 물론, 대표 건강기능식품(건기식)에 해당하는 홍삼, 유산균, 오메가3, 칼슘에도 근거가 불충분하고 선을 그었다.지난 30일 가정의학회는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근거에 기반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권고안 7개를 공개했다.권고안 중 약제 부분만 놓고 보면 ▲임상적 근거가 불확실한 건기식 미권고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에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사용 금지 ▲적응증이 아닌 경우 포도당, 생리식염수, 아미노산 및 비타민 등을 함유한 수액제제 주사 금지 등이다.가정의학회가 마련한 근거 중심 의학을 위한 7개 권고안선우 성 이사장은 "이번에 제정한 현명한 선택 캠페인 권고안은 1차 진료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단이나 치료를 피할 목적으로 제정됐다"며 "환자는 의사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불필요한 의료비용의 발생을 줄이고 적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제정의 취지를 설명했다.건기식에 대해선 홍삼, 비타민, 유산균, 오메가3, 칼슘 등에 대해 권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했다.근거중심의학은 무작위 비교임상시험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일관되게 입증돼야만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을 주요 원칙으로 한다.먼저 홍삼이 배제된 이유에 대해 학회는 "8개 국내 의학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30편의 무작위 임상을 체계적으로 문헌 고찰한 결과 전반적으로 연구 방법론적인 질적 수준이 낮고 연구 대상자 수가 적어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2022년 3월 2일 기준 홍삼으로 관련 논문이 50편 출판돼 발기부전 등 성기능, 항암보조치료, 급성 상기도감염, 간기능, 고혈압, 2형 당뇨, 알츠하이머병 등의 질병 치료에 홍삼 효능을 고찰했지만 대부분 유의한 결과를 보이지 않았고 일부 효능이 있다고 보고한 메타분석들은 개별 임상시험의 질적 수준이 낮거나 대상자 수가 수십 명 수준으로 효능 입증에 제한점이 있었다.비타민, 미네랄, 종합 비타민의 심혈관질환 및 암 예방도 근거가 빈약했다.학회는 미국질병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의 연구를 인용, "베타카로틴이나 비타민E 보충제는 심혈관질환 혹은 암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골절 예방을 목적으로 비타민D와 칼슘 보충제를 단독 혹은 복합해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이나 손해의 균형을 평가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이어 "29편의 무작위 위약 대조 임상을 분석한 결과 비타민C를 하루 200mg 이상 복용한 경우에도 감기 예방의 임상적 유의성은 없었다"며 "임상적 근거가 확립되지 않았고 질적 수준이 높은 대규모 무작위 비교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이 확립되기 전까지 비타민 보충제를 권할 수 없다"고 했다.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유산균의 효능도 현재로선 증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미국 FDA 등 주요 의료규제당국은 어떠한 종류의 프로바이오틱스 제품도 치료적 목적으로 승인하지 않고 있다.20년째 효용성 논란에 시달려온 오메가3에 대해선 하루 4g을 기준으로 권고 여부를 결정했다. 학회는 "미국심장협회는 심혈관질환의 예방을 위해 고중성지방혈증 환자에서 하루 4g의 고용량 오메가를 단독 혹은 다른 기타 지질강하제와 병합 사용을 권고한다"며 "하지만 일반 건강 성인에서 이보다 낮은 용량의 오메가3는 심혈관질환의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불충분하기에 권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개원가에서 흔히 시행되는 비타민 수액제제 주사 금지의 배경으로는 국내외에서 진행된 영양학 관련 연구들이 근거가 됐다.2008년 국내 기업 2군데에서 모집한 사무직 직장인 147명을 대상으로 비타민  C 투약 이중맹검 무작위 임상을 진행한 결과 피로도에 있어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다.브라질에서는 생리식염수 2L를 1시간에 걸쳐 정맥주사한 경우, 경구섭취한 경우를 비교했다. 정맥주사 대상군에서는 투약 1시간 후 혈장 알부민 수치, 헤모글로빈 수치 등이 현저히 감소했지만 경구섭취 대상군에선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학회는 "정상인에서 생리식염수를 주사한 경우 경구 섭취에 비해 혈장 구성과 수분 분포를 더 많이 변화시키므로 영양결핍, 감염, 수술 전후 등 상황에서 염증반응을 일으켜 부종, 혈관누출에 더 취약하게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이어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이후 시대 상황과 맞물려 기운이 없을 때 링겔 맞으면 좋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199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링겔 관행이 의학적으로 타당한지 않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고 근거가 부족한 수액제제 투여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다만 다수 의료계는 근거 불충분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개원가에서 수익 및 병원운영 목적으로 처방하고 있는 만큼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022-10-04 12:12:31학술

3년만에 환자 인식 급변…S-ICD 부정맥 시술 표준될까?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S-ICD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 변화가 드라마틱하다. 이런 인식 변화는 향후 부정맥 시술의 변화 양상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부정맥 시술 방법에 대한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ICD(경정맥형 제세동기)의 단점을 극복한 S-ICD(피하 삽입형 제세동기)가 급여 적용되면서 변화에 가속도가 붙게된 것. 혈관과 심장 안에 전극선을 꽂아야 하는 ICD는 혈관 관련 합병증 발병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만에 하나 혈관 감염이 발생하면 기존 시스템을 드러내야 하는 '대공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ICD는 삽입 후 10여년 간 감염과 정맥 폐쇄 등 전극선과 관련된 합병증이 최대 40% 발생하는데 이를 감안하면 직접 전극선을 넣지 않는 S-ICD와 같은 신기술로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보스톤사이언티픽이 개발한 S-ICD인 EMBLEM이 국내에서 첫 급여 등재된 지는 불과 3년 남짓. S-ICD가 ICD 시술을 모두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부정맥 시술의 새 표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뇌혈관센터, 심장센터 등의 심혈관 전문 센터를 갖춘 포항세명기독병원 이상희 과장을 만나 부정맥 시술에서의 ICD 대비 S-ICD가 갖는 장점 및 ICD 대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추워진 날씨에 급사의 위험이 부각된다. 특히 부정맥은 돌연사를 발현시킬 수 있는데 전조증상 등을 통해 사전에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비정상적인 심장 리듬을 뜻하는 부정맥이 발생하면 심장이 온몸으로 혈액을 보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런 경우 수 분내 사망할 수 있다. 문제는 전조 증상이 뚜렷치 않다는 데 있다. 자각할 수 있다면 돌연사의 예방이 가능할 텐데, 말그대로 돌연사는 급작스럽게 발생한다. 80~85%는 관상동맥질환이 주 원인이다. 관상동맥질환이 있으면 일상에서 흉통 내지 호흡곤란을 겪게 된다. 이런 사소한 변화를 느끼면 향후 신체 변화를 동반할 수 있으니 미리 전문의를 찾아서 심전도, 심전초음파 검사를 하는 편이 좋다. 갑자기 심장 두근거림을 느껴 부정맥 검사를 위해 내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돌연사의 주 원인이 관상동맥질환이다보니 첫 검진에서 부정맥을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두근거림이 생활 불편을 초래도 하는데, 기존에 심근질환 및 유전적 질환, 비후성 심근경증이 있어도 초기에 두근거림이 나올 수 있다. 이런 경우 24시간 홀트 검사를 병행해 보다 면밀히 검사한다. ▲부정맥은 치료보다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원인 및 대응은? 환자들의 생활 패턴도 다 다르고 전형적인 상황을 고려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환자들의 어려움 만큼 의사들 역시 부정맥 때문에 어렵다는 말을 한다. 특정 질환들은 병원에서 검사하면 보통 진단되고 특정이 되지만 부정맥은 그렇지 않다. 부정맥 특징이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정맥 발생으로 한 시간 넘게 증상을 겪다가도 병원 검사에선 멀쩡한 것으로 나올 때도 있다. 따라서 두근거림이 느껴지면 부정맥 진단보다 기저에 심근질환이나 혈관질환과의 연관성이 있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두근거림은 병이 아니라 증상이다. 기침을 한다고 기침약만 줄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기침이 폐 질환에서 기인했는지, 단순 바이러스 감염인지 따져봐야 정확한 처방이 가능한 것처럼 두근거림이 발생하면 심근질환인지, 선천성 심질환인지 이런 걸 다 따져봐야 한다. 홀터 검사나 심전도 검사가 중요하지만 검사 시 이상없다는 것만 믿고 방치하다간 빙산 밑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수면 위 빙산은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이다.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 관찰하는 게 더 중요하다. 좌심실 구혈률이 30% 이하 여부는 예후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부정맥으로 진단될 경우 약물과 시술을 고려할 수 있는데 기준은? 근거 중심 의학에서 결정한 대로 따르지만 보험 반영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보통 심방세동이라면 1차로 약물 치료를 시행하고 이에 반응하지 않으면 전극도자절제술 등을 한다. 보험에는 심방세동인 경우 6주 이상 약을 복용해도 반응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어있다. 제세동기삽입은 무조건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좌심실 구혈률이 30% 이하더라도 약제를 3개월 사용한 후 효과가 없으면 하게 된다. ▲ICD가 기존의 표준 시술이었는데 최근 S-ICD가 급여 등재되며 관심을 받고 있다. 환자별로 시술 대상자가 나뉘는지? 진료 가이드라인은 환자별로 ICD/S-ICD 대상자를 특별히 구분하진 않는다. 환자의 선호도 및 의료진의 판단에 보다 우선권을 둔다는 뜻이다. 환자가 젊거나 미용을 위한 목적이 있다면 피하형인 S-ICD를 선택한다. 젊은 사람이 제세동기를 삽입하면 노후까지 오랜기간 기기를 삽입한 채 살아야 한다. 이런 경우 전극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삽입 기간과 비례해 올라갈 수 있다. 따라서 젊은 사람들은 전극 합병증에서 자유로운 S-ICD가 우선 고려 대상이다. S-ICD가 만능이라는 뜻은 아니다. 제세동기 시술자 중에는 박동기 기능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경정맥을 통해 심장에 직접 전극을 접촉해야만 박동기 기능이 가능하다. 심장에 직접 전극을 꽂는 ICD 방식만 심박을 조율하는 박동기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피하형 S-ICD도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1분 미만만 가능하기 때문에 심박 기능이 필요할 땐 ICD, 그렇지 않은 경우 S-ICD를 제시한다. 심박 기능이 필요한 대표적인 질환이 노인성 질환이다. 심실빈맥을 동반해서 서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유럽 데이터를 보면 약 8% 정도가 경정맥을 통한 ICD 방식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온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감염이다. 전극선이 감염되면 심장도 무사할 수 없는데 심내막염이 생기면 사망률이 50%에 달한다. 살아나도 최소한 4주 동안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한다. 전극을 혈관에 넣는 ICD는 삽입 1년, 2년만에 감염이 발생했다고 해도 벌써 전극선이 혈관에 유착돼서 이를 제거하기 위해선 대공사를 필요로 한다. 피하형도 감염의 위험이 아예 없진 않지만 가능성이 낮고 정맥을 통하지 않아 혈관 손상이나 기흉 위험도 크지 않다. 시술 시간은 두 방식 모두 비슷하다. 피하형이 기기 사이즈가 더 크지만 옆구리 살 밑에 들어가기 때문에 티는 덜 난다. 배터리는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개복이 필요한데 S-ICD는 혈관을 직접 열지 않으니까 교체 시에도 감염에 더 안전하다. 80대 노인 환자라고 하면 배터리 교환에 대해 걱정을 안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라면 10년마다 계속 교체해야 한다는 점도 제세동기 방식 선택에 같이 고려해야 한다. 본인의 경우 S-ICD, ICD의 각각의 장단점을 제시하고 환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신기술은 검증을 필요로 한다. S-ICD는 2019년 급여 등재됐는데 환자 반응은? 환자들은 물론 의사들도 신기술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다소 보수적으로 관망하는 편이다. 누구든 자신들이 먼저 베타 테스터가 되는 것을 원치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S-ICD는 ICD에 수반됐던 합병증을 낮추는 방향으로 기획됐기 때문에 신기술에 대한 반감이나 우려는 훨씬 덜한 편이다. 오히려 기존 ICD의 합병증 우려로 시술을 망설였던 분들까지 S-ICD에는 우호적인 편이다. 단순히 안전성은 비슷한채 확인되지 않은 신기술이 등장했다면 보다 더 많은 시간의 검증을 필요로 했을지 모르지만 S-ICD가 안전성 부분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주효했다는 판단이다. S-ICD는 국내에 급여 등재된 것은 2019년도이지만 본인이 이 시술을 처음 경험한 건 2012년이었다. 당시 유럽에선 S-ICD가 이미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언제 국내에 도입되고 보급되나 생각했는데 벌써 국내 도입 후 3년 남짓한 시간이 됐다. 환자들의 반응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2019년 당시 환자들에게 S-ICD를 소개했을 때 약간의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듣도 보도 못한 시술이었으니까 그런 반응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요즘의 환자들을 '스마트 컨슈머'라고 하지 않나. 이미 해외에서 자리를 잡은 시술이고 국내에서도 계속 시술 사례가 쌓이는 것을 환자들이 먼저 검색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환자들이 먼저 검색해서 S-ICD를 해 달라고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자기 몸에 삽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최근엔 포항 거주 환자가 부산에서 부정맥을 진단받고 많은 검색 끝에 S-ICD를 해 달라고 온 경우도 있다. 인터넷 및 환자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더 이상 정보의 불균형이나 일방적인 정보의 편중은 없는 편이다. ▲제세동기를 삽입한 부정맥환자의 경우, 환자가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이 클 수 있을 것 같다. 전문의로서 조언한다면? 본인 역시 심장 문제로 심폐소생술로 살아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심리적 불안감, 공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이런 경험을 하기 전에는 진료 과정에서 환자들이 느끼는 공포를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해외에선 이런 부분들도 진료/케어의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다. 해외 가이드라인에선 심폐소생술 후에 심리적 케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부분도 포함해 제시한다. 심리 치료에는 정신과가 포함돼야 하는데 국내에선 아직 보험 수가 등의 문제로 현실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돌연사할 뻔 한 것은 그 자체로 굉장히 공포스러운 경험이다. 불안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 본인의 경우 정신과와 협진을 하는 편이다. 심리적 불안으로 약이 필요하면 정신과 진료 후 약을 처방받게 한다. 보호자들의 이해도 필요하다.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 제세동기와 같은 기계 삽입이다. 기계 삽입 후에도 기계가 정상 작동을 안 해 돌연사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갖는 환자들도 있다. 이런 환자에겐 제세동기가 돌연사를 막는 방패라는 확신을 주는 게 중요하다. 기기 오작동률이나 합병증에 대해 ICD와 S-ICD를 직접 비교한 헤드 투 헤드 연구가 많이 축적되면 자연스레 의문은 해소될 것이라 본다. ▲부정맥 시술을 결심했다면 시술 병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인서울권을 선호할 것 같은데 시술 병원 선택 시 고려 사항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S-ICD를 시술할 때만해도 본인이 그 지역에서 유일한 S-ICD 시술자였다. 그만큼 보급이 안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다양한 지역에서 S-ICD를 시술하고 있고 두 시술의 난이도 차이는 크지 않다. 즉 ICD가 가능한 곳이라면 S-ICD도 가능하다. 지난 10월 시술 교관으로 해석되는 S-ICD 프록터로 선정된 바 있다. 포항 거주 환자라면 혹은 포항 주변의 환자라면 믿고 포항세명기독병원으로 오면 된다. 제세동기 삽입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팔로우업(추적 관찰)이다. 시술은 기기를 넣고 끝, 이런 개념이 아니다. 기기를 넣은 후부터 추적 관찰이 시작된다. 적절한 기기의 작동 유무 및 포착된 위험 신호에 대한 해석 및 진단, 대응이 중요하다. 3개월마다 팔로우업을 하는데 만일 지방 환자가 서울에서 시술을 받았다면 이 진단 및 대응에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심실 구혈률이 30% 미만인 환자는 보통 점차 상태가 조금씩 나빠지다가 최종 종착점이 심장이식이 될 수 있다. 그때까지는 계속 돌연사 위험을 버텨야 하는데, 환자가 자기 거주지와 거리가 먼 곳을 선택하는 것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이 부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제세동기 삽입술의 미래 표준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는지? 앞서 언급했지만 S-ICD가 ICD 전부를 대체할 수 없다. ICD의 박동기 기능이 S-ICD에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동기 기능이 필요한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S-ICD가 안전성, 편의성 측면에서 상위호환된다고 생각한다. 즉 일부분의 ICD 대체 불가 환자를 제외하곤 S-ICD가 보편적인 시술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환자가 어떤 인식, 정보를 가지냐에 따라서 선택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은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다. 환자들이 이미 의견을 가지고 온다. 시술의 편의성이나 시술 후 합병증 정보를 접한 분들은 S-ICD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다. 심박 조율이 필요한 환자들이나 비후성 심근증이 아니면 나머지는 경정맥 ICD 방식이 꼭 필요치 않다. 피하형 S-ICD의 범위가 확장되는 추세다. 유럽 등 해외에서 데이터가 쌓이면서 오히려 특정 환자의 경우 꼭 S-ICD 시술이 필요하다는 식의 카테고리가 생기는 편이다. ICD와 S-ICD를 비교한 데이터들이 축적되고 그 결과들이 표준시술 마련에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2021-12-07 05:45:50제약·바이오

한국로슈진단-에비드넷, 기술 협력 업무협약 체결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한국로슈진단(대표이사 조니 제)이 헬스케어 빅데이터 벤처기업인 에비드넷(대표이사 조인산)과 데이터 기반의 선도적 디지털 헬스케어 환경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양사는 맞춤의료 활성화를 위해 한국로슈진단의 임상적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 네비파이 튜머보드®와 의료데이터를 국제 표준인 공통데이터모델(Common Data Model, CDM)에 맞춰 변환하는 에비드넷의 데이터 기술을 연계할 계획이다. 또한 양사는 의료데이터 표준화부터 임상적 활용도 개선까지 전 단계에 걸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한다. 개별 의료기관에서 각기 다른 포맷으로 기록된 전자의무기록(EMR)을 에비드넷이 국제 표준에 따라 공통데이터모델(CDM)로 가공하면 한국로슈진단은 의료진이 이 가운데 유의미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네비파이 튜머보드®로 임상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형식이다. 이를 통해 조직검사, 엑스레이 검사결과 등 환자 데이터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되며 자연어 분석을 통해 각 환자에게 최적화된 글로벌 임상시험, 간행물, 가이드라인 등이 추천돼 환자별로 맞춤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양사는 네비파이 튜머보드®와 공통 데이터 모델(CDM)을 효율적으로 연동하기 위한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2개 이상의 상급종합병원에서 시범운영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데이터 연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사업협력의 장점과 혜택, 효용가치 등을 미디어 활동, 공동 학술행사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업계에 소개할 계획이다. 한국로슈진단㈜ 조니 제(Johnny Tse) 대표이사는 "앞으로도 혁신적인 진단 솔루션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국내 환자들이 최적화된 맞춤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인산 에비드넷 대표는 "빅데이터를 통한 정밀의료와 예측의료는 근거 중심 의학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며 "글로벌 진단 기업인 로슈진단과의 협업이 우리나라 보건의료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네비파이 튜머보드®는 한국로슈진단의 본격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진출을 알린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플랫폼으로 환자 데이터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다학제 진료 등 의료진의 임상적 의사결정을 효율화한다.
2020-11-03 09:36:37의료기기·AI

"의사들 쓰는 처방약 임상 검증은 제 손에 달렸죠"

메디칼타임즈=정은별 기자 |메디칼타임즈=정은별 학생인턴기자| 당고개행 4호선 지하철을 타고 서울을 갈 때 항상 지나치기만 했던 정부과천청사역. 4일에는 처음으로 목적지로 삼아 역에서 내렸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따라 도착한 정부과천청사 고객안내센터. 공항 수속에서 하던 물품검사, X-ray 검색대를 통과하고 방문증을 발급받기까지 복잡한 절차를 거친 후 4동으로 향했다. 의학을 전공하게 됐지만, 의과대학 입학 전부터 지금까지 임상의사를 장래희망으로 생각해 본적은 없다. 한번에 볼 수 있는 환자 수에 한계가 있는 임상의사보다는, 인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비교적 여유로운 예과 시간을 활용해, 입학 당시 관심이 있었던 연구와 관련해 의과학대학원 학부생 연구실 인턴, 글 쓰는 것을 즐겨 학생기자, 외국어 및 다양한 문화 교류에 대한 흥미를 바탕으로 세계의대생연합 공중보건 상임위원회 활동 등을 해 왔다. 다양한 관심사를 진로로 연결할 수는 없을 지, 임상 외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임상 외의 진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학생기자 인턴십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제약회사나 식품안전의약처(이하 식약처)에 근무하는 의사가 있는지, 의사가 진출할 수 있는 기관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삶을 알아본 후, 식약처에서는 의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궁금증을 가졌다. 평소 접하기 힘든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할 4동 6층 회의실로 향했다. 흰 가운을 입고, 질병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을 돌보던 최현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이제 식약처 사무실의 모니터 앞에 앉아 임상 시험 계획서들을 검토한다. 동행한 인턴기자와 번갈아 질문을 하며, 병원에서 식약처로 오기까지의 과정 등 질의서에 녹여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식약처 의약품심사부의 전반적 업무에 대한 질문에는 최 전문의와 함께 근무하는 왕소영 보건연구원의 설명을 들었다. 최 전문의는 소아청소년과 수련을 마친 후, 전임의를 하면서 임상 시험의 세계에 눈을 돌렸다. 임상 시험은 개발 중인 약을 실제 사람에게 투여했을 때 안전한지, 효과가 어느 정도 있는지 검증하는 단계이다. 최 전문의는 꾸준히 근거 중심 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의 필요성을 느끼고, 근거 중심 의학의 여러 단계 중 메타분석(Meta Analysis)와 같은 상위 단계의 일을 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단순히 관찰(observation)하는 단계보다 실제로 증거를 만드는 임상 시험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전임의를 마치고 역학(epidemiology)을 공부하고, 병원에서 연구 및 임상시험 업무를 한 최 전문의는 왜 직접 연구를 하는 길 대신 연구를 검토하는 길로 방향을 튼 것일까. "의약품 개발은 약리 독성 평가, 임상 연구 설계, 연구 진행, 데이터 처리 등 복합적 단계로 구성돼 있고, 혼자 할 수는 없는 부분"임을 강조한 최 전문의는 "매우 포괄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 '연구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실행(operation) 단계에 주력했으나 현재는 설계 및 기획을 검토하는 단계에 중점을 두고 있고, 각 단계가 동등하게 의미 있다"며 임상시험위원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좌측부터 왕소영·최현진 심사위원. 현재 최 전문의는 3년째 의약품심사부 임상심사위원으로 식약처에 몸담고 있다. 그가 우선순위로 삼는 것은 임상 시험의 피험자인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과 의약품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일이다. 풍부한 환자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데이터를 타 보건연구원들이 바라볼 수 없는 임상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그는 "임상시험 참여 및 수행, 환자 진료, 최신 의약품 사용, 약 투여시 발생하는 부작용 등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임상시험계획서 및 결과서를 실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을 의사 출신 고유의 장점으로 꼽았다. 용법, 용량, 사용상 주의사항을 확정할 때 흩어져 있는 근거들을 조합하고 각종 임상 정보를 축약해서 녹여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 의사로서의 강점이 빛날 수 있다. "임상시험계획서의 허가 과정에서 임상적으로 필요한 자문을 제공하고, 결과 보고서의 데이터가 임상적으로 갖는 의미와 유용성을 해석하는 것 역시 임상 진료 경험만이 줄 수 있는 혜택"이라는 설명이다. 최 전문의는 현재 일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퇴근 후에도 환자 치료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병원에서의 삶과 달리, 유연근무제를 통해 육아 등 개인적 일정을 자유롭게 조율할 수 있는 근무환경도 매력적이다. "자신을 위한 시간을 담보할 수 있고 공무원 수준의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의약품 개발의 최신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또 다른 장점"이라며 "다양하고 많은 임상시험계획들을 누구보다 빠르게 접할 수 있으며, 의약품 개발 과정을 가까이에서 직접 살펴볼 수 있다"며 현재 업무에 강한 흥미를 보였다. 최 전문의는 "의약품 연구 및 치료 동향, 가이드라인 등의 업데이트를 곧바로 접할 수 있다"면서도 "의약품 개발의 최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약물 정보, 임상 연구 설계 방법, 면역 등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는 것은 필수"라며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유전자 재조합 의약품, 항암제, 세포 치료제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약품 고유의 특성, 가이드라인 등을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량 설정 및 연구 설계 근거, 안전성 감시 항목이 충분한지 등을 판단해 임상시험의 설계부터 결과까지 안전성과 유효성, 위험성과 유용성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의사 임상심사위원들이 식약처에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임상적 관점에서 규제기관의 업무를 수행해 보험 재정 등 정책적으로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임상심사위원으로 더 많은 동료 의사들이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2020-02-13 05:45:53제약·바이오

|수첩|배민의 데이터 가치는 5조원…의료데이터는?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최근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약 5조원 가량에 인수했다. 겨우(?) 배달 업체를 5조원에? 그렇다. 납득하기 어렵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건 또 있다.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 회사가 요기요라는 경쟁 배달 앱 업체라는 점이다. 이미 기반 기술을 축적한 회사가 특수한 업종도 아닌 경쟁 배달 업체를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 차라리 고작 몇 억으로 비슷한 카피 앱을 만드는 게 남는 장사가 아닐까, 본인도 그렇게만 생각했다. 정부가 15일 보건복지부 등 관련부처 합동 '바이오헬스 핵심규제 개선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심의 의결했다. 주요 골자는 의료데이터 활용 확대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의료 데이터는 사실상 기록확인 및 증빙용에 머물렀다. 제3자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죽은 데이터(dummy)에 불과했다는 뜻. 그간 AI, 빅데이터, 4차 산업 혁명 등 말만 거창했지 결과물은 보잘 것 없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인공지능에게 필요한 일용할 양식은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회를 최근 통과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의료데이터를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가명 처리'한 경우 제3자 제공이 가능해졌다. 이제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의약품 및 의료기기 개발 등을 포함한 과학적 연구 활용범위가 확대됐다. 복지부는 "의료 빅 데이터 활용을 통해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기반 제공과 새롭게 부상하는 마이크로바이옴 등 신기술 개발 그리고 저평가 트랙을 확대해 인공지능과 정밀의료 등 첨단 융복합 의료기술 혁신성을 보다 넓게 인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만난 모 의료정보 데이터 업체 대표는 근거(evidence) 중심의 의학의 근본에는 결국 데이터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의학을 경험 기반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리얼월드데이터와 같은 실재적인 증거들을 기반으로 한 근거 중심 의학 시대라는 것. 그리고 이후 시대는 데이터 주도 의학(data driven medicine) 시대가 열릴 것이라 확신했다. 환자의 상태 변화 등이 기록으로 남고 플랫폼을 통해 수집되고, 실시간 진단/치료 자료가 수집되고 이것이 신약 개발이나 의학적 근거 창출에 반영되는 구조. 말 그대로 데이터 주도의 의학 시대가 열린다는 뜻이다. 이런 설명을 들은 후에야 배달의 민족의 인수 합병 건에 보이지 않던 지점들이 보였다. 딜리버리히어가 정작 거금을 들여 구매하고 싶었던 건 플랫폼의 외형이 아니라 전국 유통망과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음식 배달 및 취향, 지역별 선호도와 같은 '빅 데이터'였다고. 실제로 배달의 민족은 전국민의 절반 이상의 음식 취양, 행동 양태, 선호도 등 자료를 보유한 '데이터 회사'나 다름 없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의료정보 데이터의 활용을 가능케한 바이오헬스 핵심규제 개선이 바이오 산업 전체의 마중물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런 수순. IT강국이면서 임상 인프라가 잘 구축된 국내 환경에서 데이터의 활용만큼 확실한 추진체도 없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이 축적한 데이터의 가치가 5조원에 달한다면, 그간 국내에서 축적된 의료정보의 값어치는 어떨까. 그 데이터로부터 향후 파생될 부가가치의 총합은 어떻게 될까. 작년 방한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한국이 집중해야 할 목표로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을 꼽았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핵심은 질 좋은 데이터를 얼마나 축적했냐는 양에서 승부가 난다. 한국은 이제 막 신약 개발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2020-01-20 05:45:50오피니언

국내 280만명 고혈압 환자 "정작 본인도 모른다"

메디칼타임즈=원종혁 기자 '280만명'. 고혈압인데도 치료를 받지 않고 있거나, 진단을 받았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국내 환자들의 수치다. 궁극적 치료 목표인 심뇌혈관질환 사망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고혈압 질환의 인지도와 치료율을 끌어올리겠다는데 학계가 한 목소리를 냈다. 3일 대한고혈압학회 제47회 추계학술대회가 열린 가운데,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충북의대 순환기내과)은 "전 세계 사망 원인의 14%가 고혈압이 차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듯이, 고혈압을 단순히 개인의 질병으로 치부할게 아니라 국가적 관심사가 필요한 사회적 질환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학회에선 '학계가 나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취지로 새로운 비전과 미션을 선포한 가운데, 한국 고혈압의 현주소라고 말할 수 있는 '고혈압 Fact Sheet'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고혈압역학연구회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추계한 고혈압 인구수(유병인구)는 2002년 790만명에서 2016년 1180만명으로 늘었다. 또 연 1회 이상 고혈압 진단명으로 건강보험을 이용한 사람 수(고혈압 진단 인구)는 2002년 310만명에서 2016년 890만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관건은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의 증가세도 두드러졌다는 대목이다. 고혈압 지속치료 인구를 의미하는, 연중 292일(80%) 이상을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 수가 2002년 100만명에서 2016년 610만명으로 6배 올라간 것이다. 조명찬 이사장은 "국내 고혈압 유병인구수는 2011년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현재 약 1200만명으로 조사된다"면서 "이에 학계가 주도적으로 근거 중심 의학에 대한 가치를 세우고, 대국민 홍보를 통해 질환 인지도와 치료율을 올리겠다는 미션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팩트 시트를 매년 업데이트 하면서 고혈압 관리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최근 고혈압이 포함된 국민병 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상황에서 학회가 의료 정책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수은혈압계 퇴출…비수은 청진 혈압계 대안 '표준화 작업 중' 한편 오는 2020년 진료실에서 수은혈압계의 퇴출을 앞둔 상황에서 학회 차원의 준비작업도 공개됐다. 앞으로 3년 뒤 100년 이상 사용돼 왔던 수은혈압계 및 수은체온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데, 이는 일본의 미나마타병 사태를 계기로 수은의 심각한 신경독성 후유증과 환경파괴 문제가 밝혀지면서 2013년 10월10일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로 수은금지 협약이 체결된데 따른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12월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건의료에서 수은 체온계 및 혈압계의 대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있다. 고혈압학회 또한 수은혈압계 퇴출에 따른 대책 및 가이드라인을 본격 논의하면서 혈압계 표준화 기준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 이사장은 "진료실에서 사용하는 혈압계를 전환하는데 있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국제표준을 만드는데 노력하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도 명확한 골드스탠다드를 만드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진료실에서 수은주를 대체할 옵션으로, 수은주를 사용하지 않고 청진법을 이용하는 비수은주 혈압계가 대체 옵션으로 거론됐다. 학회는 "아직 국내에 명확한 프로토콜이 없는 상황에서 학회는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고 한다"면서 "자동혈압계로 가는 것보다 비수은 청진 혈압계로 넘어가려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자동혈압계의 인증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내에서 개발된 국산 전자혈압계의 인증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이들 혈압계의 올바른 측정법과 환자교육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2017-11-03 14:41:54학술

"의사 부족하다는 보고서들, 허점 투성이"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2030년 의사 인력은 최대 1만명이 부족하게 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은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의료인력의 수가 가장 적은 편이다." -OECD 보고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천편일률적 내용이 등장하는 보고서들, 과연 공통된 의견일까? 이들 보고서를 기반으로 의대 정원 확충 정책을 펼치는 것이 과연 가치 중립적인 선택일까? 최근 2030년 의사의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주요 국가의 의료 인력 수급 균형 모델을 비교 분석한 결과물을 이달 발표할 예정이다. 메디칼타임즈는 한국의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OECD 보고서의 허점을 지적한 바 있는 서경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을 지난 1일 만나 국내 의사 수요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거리마다 눈을 어지럽히는 동네 병의원 간판, 그리고 전공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대학병원. 의사 인력은 부족한 것일까, 넘치는 것일까.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서경화 연구원. "명쾌한 해답은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뗀 서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편일률적으로 "의사가 부족하다"는 보고서들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연구 보고서는 이미 많은 전제와 가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미묘한 관점 차이에 따라 연구의 해석과 결과가 달라집니다. 한마디로 말해 수 많은 통계와 데이터 중에 무엇을 '선택하냐'에 따라 연구의 결과가 큰 폭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연구에 앞서 최대한 가치중립적인 분석 모형의 개발과 함께 편견을 배제할 객관적인 지표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소리다. 실제로 서 연구원은 수 년 간 의사 인력 확충의 근거가 됐던 OECD의 의사 인력 보고서(OECD Health Data 2014)가 허점 투성이라는 지적을 제기한 바 있다. 의사 인력을 집계하는 방식과 범위가 상이해 단순히 국가별 인력을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고 그나마 OECD에 자료를 제출한 국가도 회원국 대비 8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경화 연구원은 "OECD 회원국은 총 34개 국가이지만 지표별로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국가도 있고 이는 평균 산출 시 분석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제출된 국가의 자료만으로 OECD 회원국의 평균을 산출하고 이를 기준으로 각 국가의 지표를 비교하는 것은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활동 의사 수, 면허 의사 수와 같은 의사 인력 자료를 제출한 국가는 각각 24개 국가, 20개 국가에 불과해 OECD 회원국 대비 70.6%, 58.8%에 그칠 뿐더러 의과대학 졸업생 수나 CT, MRI 현황을 제출한 나라 역시 OECD 국가 중 70% 중반 대에 머물고 있다. 서 연구원은 "OECD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인구수 대비 활동 의사 수가 회원국 평균(3.2명)보다 1.1명이 적은 2.1명으로 산출했다"며 "반면 국토 면적 대비 의사 수로 의사 밀도를 계산하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의사 밀도가 3번째로 높다"고 강조했다. ECD Health Data 2014 요약표. 어떤 지표를 중심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연구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말 그대로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의료 인력 보고서에 대해서도 아쉬운 소리가 이어졌다. 서경화 연구원은 "분석에 사용된 시계열(ARIMA) 모델은 단기 분석에는 유용할 지 몰라도 장기적인 분석에는 편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근무일수를 기준으로 만든 시나리오도 치밀하지 못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사연은 의사의 근무일수를 연간 255일, 265일 두 가지 가정을 두고 2030년의 인력 상황을 추계했다. 결과는 255일 기준일 때 9960명이 부족하고, 265일 기준일 때 4267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서 연구원은 "연구에 사용된 근무일 수는 1998년 문헌에 나왔던 기준을 그대로 활용한 것으로 현재 의사들의 근로 환경과는 차이가 있다"며 "실제로 다수의 의사들이 주 6일 근무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연간 300일 정도 근무를 하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의사의 근로일수와 인력 공급은 상호적이기 때문에 근로일수 기준 변경 하나만으로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수요-공급 곡선이 크게 바뀔 수 있다. 특히 네덜란드의 경우 의료 인력 모형에 ▲인구학적 변화 ▲수련의로 복귀 ▲사회문화적 변화 ▲이민자의 노동시장 복귀 ▲직업 관련 기술적 변화 등 세세한 25가지 지표를 활용하는데 반해 국내 연구의 지표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연구자마다 상이한 지표를 차용하고 있는 마당한 치밀한 인력 수급 시뮬레이션 모형 개발없이 일부의 보고서만을 가지고 의대 정원 등 의료정책을 결정을 하는 일은 위험하다는 게 그의 판단. "의사의 총량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역적 불균형을 고려해서 의사 인력에 대한 추계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총량만을 가지고 의사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의대를 증설하거나 입학정원을 늘리자는 주장은 문제가 있습니다. 의사가 교육 과정을 거쳐 배출되는 10년의 과정 동안 상황이 바뀐다고 그에 맞춰 정책을 또다시 변경하기도 어렵습니다. 이것이 바로 의대 증원이나 신설 요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보다는 근거중심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의료 인력이 균형과 불균형의 반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정 시점의 '불균형'이 미래의 의사 부족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서경화 연구원은 "체계적 문헌 고찰과 메타 분석 등 근거 중심 의학에 대한 공부를 해 왔고 현재는 각국의 의료인력의 추계에 사용된 모형이 우리나라의 모형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연구원으로서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거 중심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격의료를 강행하는 정부를 보면서 정책을 만들어 놓고 근거를 끼워맞추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며 "의사 인력과 관련해서도 단순 추계로 정책을 펴지 말고 다양한 의견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5-04-02 05:30:59병·의원

국산 조루약 공방…"믿을 수 없는 약" "무슨 소리냐"

메디칼타임즈=이석준 기자"대학병원 교수들은 클로미프라민 성분 국산 조루약을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얼마전 기자와 만난 유명 A병원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프릴리지(다폭세틴)'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나온 토종 조루약. 현장에서 어떤 논란이 있는 것까. 국산 조루약 1위 네노마정. 국산 조루약을 두고 의료진 사이에서 적잖은 견해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한 쪽은 '믿을 수 없는 약'이라며 평가절하하는 반면 다른 쪽은 '엄연히 식약처 허가를 받은 입증된 약'이라고 맞서고 있다. A병원 교수는 왜 하필 클로미프라민이 조루약으로 채택됐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조루약이 없을 당시 오프라벨로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으로 조루를 치료했다. TCA 계열인 클로미프라민도 쓰긴 했지만 부작용이 많아 한계가 있었다. 나 역시 많이 쓰지 않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때문에 클로미프라민이 조루약으로 허가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의문이 들었다. 특허 풀린 수많은 SSRI가 있는데 굳이 TCA 계열을 조루치료제로 선택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B병원 비뇨기과 교수 역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교수는 "우리 병원은 클로미프라민 조루약이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 처방하지 않아서 이 약이 어떻다 얘기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교수들 사이에서 국산 조루약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전했다. 그는 "국산 조루약은 임상 환자 수도 적고 증명해야할 부분이 많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국산 조루약, 허가 자체가 의심" 그렇다면 클로미프라민 조루약 매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개원가 입장은 어떨까. 노원 소재 C병원 비뇨기과 개원의는 "식약처가 클로미프라민을 조루약으로 허가해 준 것은 판단 미스"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 약은 환자 부작용도 많고 허가 자체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쓰고 있지 않다. 제형을 변경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용량만 줄여서 만든거다. 허가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상도 비뇨기과 학회 자체가 한 것이 아니라 편법으로 가정의학과에서 서둘러 했다. 제약사와 식약처 사이의 검은 로비가 의심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수원 소재 D병원 원장은 클로미프로민 조루약을 직접 복용한 케이스다. 그는 "복용 다음날 무기력감이 있었다. 오전 내내 진료에 애를 먹었다. 물론 개인차라 보편적인 부작용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경험담을 말하면 프릴리지에서 국산 조루약으로 넘어간 환자 중 다시 프릴리지로 돌아왔다는 것"이라며 경험담을 전했다. "클로미프라민 조루약, 전혀 문제없다" 하지만 클로미프라민 임상 시험에 참여했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철민 교수는 이런 주장들이 어이없다고 했다. 그리고 지적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김 교수는 "임상 환자 수가 적다는 것은 절대 약점이 아니다. 근거 중심 의학에 대해 이해도가 떨어지는 의사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임상은 제한된 인원을 갖고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임상 데이터가 논문에 출시 안됐다는 지적은 전략적 조치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클로미프라민은 너무 유명한 물질이다. 영문화 논문을 출판하면 임상 시험이 다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모든 회사가 같은 용량으로 복제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발기부전약과 전립선비대증치료제 복용 환자가 클로미프라민 조루약을 복용했을 때 부작용 등의 상호작용에 대한 임상 자료가 없다는 지적은 PMS(시판 후 조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오히려 발기부전약과 클로미프라민 조루약은 긍정적 상호작용이, 탐스로신(상품명 하루날디) 등과는 상호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PMS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약물 병용시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다. 국산 조루약에 대한 논란은 아직 출시된 지 얼마 안돼 처방 케이스가 적기 때문이다. 곧 하나 하나 증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산 조루약은 씨티씨바이오가 개발(클로미프라민 용도 변경)해 현재 동아ST, 종근당, 제일약품, JW중외제약이 이름만 바꿔 판매하고 있다.
2013-12-23 06:30:06제약·바이오

J&J, 카테터 절제술과 약물치료 다국적 임상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존슨앤드존슨메디칼의 바이오센스 웹스터사는 23일 심방세동의 치료에 있어 카테터 절제술과 약물치료의 효능을 비교하는 세계적 임상 연구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방세동은 전세계 약 2000만명이 앓고 있는 가장 흔한 심장 부정맥(심장 율동 장애) 질환 중 하나로 뇌졸중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심방세동의 치료에 있어 카테터 절제술이 약물치료 보다 효과적인지 아닌지를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CABANA 임상연구는 사망과 특이 장애, 과다출혈, 심장 마비, 심방세동 재발, 뇌졸중 위험, 삶의 질과 비용대비효과를 포함한 심방세동의 장기적 합병증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이 전반적으로 비교될 예정이다. CABANA 임상 연구는 약 3000명의 무작위 환자를 대상으로 심박수 또는 심박동 조절을 위해 카테터 절제술을 받은 환자 군과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 군으로 각각 나누어 3년간 진행된다. 연구 시작부터 결과 발표까지 6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임상연구는 미국, 캐나다, 유럽의 140개 의료센터가 참여하는 대규모 글로벌 임상으로 미국 메이요 클리닉 더글러스 패커 박사가 이번 연구를 주도하게 된다. CABANA 임상 연구는 심방세동을 위한 카테터 절제술과 약물치료를 비교하는 총체적 근거를 확보하는 한편, 사망률과 뇌졸중에 대한 장기적 위험요인을 평가할만한 근거가 부재했던 이전의 임상연구들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바이오센스 웹스터 마르샤 야로스 부사장은 “존슨앤드존슨메디칼은 환자와 내과의에게 뇌졸중의 주요 위험 요소인 심방세동의 치료 옵션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게 될 획기적인 임상 연구"라면서 "연구에 대한 투자는 근거 중심 의학 원칙을 중시하는 기업 철학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심장협회(AHA), 미국심장학회(ACC), 유럽심장학회(ESC)를 포함한 주요 학회들은 2006년 카테터절제술을 심방세동 치료의 2차 치료법으로 인정한 바 있다.
2009-06-23 10:48:20제약·바이오

신의료기술 평가제도의 시행에 앞서

메디칼타임즈=현두륜 변호사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의료인들의 불만 사항 중에는 신의료기술에 관한 내용이 많다. 신의료기술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신청시 준비해야 할 자료가 너무 많고, 결정 기간이 너무 길며, 의학적인 관점보다는 비용효과적인 측면에서 검토하기 때문에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신의료기술이란 건강보험의 급여항목과 비급여항목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의료기술이다. 만약 의료인이 신의료기술에 대해서 결정 신청을 하지 않고 진료를 하고 그 진료비를 환자들에게 부담시킨 경우에는, 부당청구로 인한 제재를 받게 된다. 위와 같이 지금까지 신의료기술결정절차는 건강보험법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내용이 2006년 10월에 공포된 개정 의료법에 신설되었다. 이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등에 관한 평가를 하고, 세부적인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신의료기술’이라 함은 새로이 개발된 의료기술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개정 의료법은 2007년 4월 27일부터 시행된다. 아직까지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고 진료를 하였을 경우 구체적인 벌칙조항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평가되지 않은 신의료기술에 대한 광고’를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과 면허정지처분을 받는다. 또한, 의료법 제53조 및 의료법 시행령 21조의 품위손상행위(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한 진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되어 면허정지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의료사고에 발생하였을 경우, 평가되지 아니한 신의료기술을 시술한 의료인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가능성도 있다. 무분별한 진료행위를 통제하고 근거 중심 의학을 확립하기 위하여, 신의료기술에 대한 평가절차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이 신의료기술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를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점이다. 원래 신의료기술 결정절차를 의료법에 규정하자는 의견은 의료계에서 먼저 제기했다. 건강보험법상의 신의료기술 결정절차가 지나치게 보험자의 입장에서 불합리하게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이를 의료법에 규정하여 의료인단체 또는 전문적인 기관의 공정한 평가를 받게 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개정 의료법에서는 의료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보건복지부에 두고, 구체적인 절차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의료인 이외에도 소비자단체에서 추천하는 자, 변호사와 보건복지부 5급 이상의 공무원 중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하는 위원으로 위원회가 구성된다. 위와 같은 시스템은 전문성이나 공정성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그에 따라, 의료계는 신의료기술 결정절차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자칫하면, 건강보험법의 영역뿐만 아니라 모든 진료행위 영역에서 국가의 통제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료행위는 의학의 산물이고, 의학은 의료인과 의학자들에 의한 연구와 토론, 검증을 통해서 자율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문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필요최소한에 머물러야 한다. 신의료기술 결정절차의 경직된 운용은 의학의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의 산업화에도 역행할 수 있다. 신의료기술 결정절차의 시행에 앞서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매주 의료법률칼럼을 게재하는 현두륜, 최재혁 변호사는 메디칼타임즈 독자들을 위해 법률상담서비스를 실시합니다.
2007-04-02 12:49:56

경부 통증 정밀진단 및 치료 연수강좌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대한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와 한국근골격계초음파연구회는 공동으로 오는 9월 3일 건국대병원 대강당에서 제3차 경부통증의 정밀진단 및 보존적 치료 연수강좌를 개최한다. 이번 연수강좌는 개원가에서 흔히 접하는 경추 통증에 대해 정밀 진달 및 도수치료, 척추통증중재시술, 운동치료 등 근거 중심 의학의 치료법을 소개한다. 오전 연수강좌는 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 부회장인 이인주 원장(이인주 정형외과)이 좌장을 맡고 경추통증의 올바른 이해와 중재적시술시 필요한 해부학과 생역학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다음 세션에는 경추 및 완통의 발생 기전을 검토하고 현재 사용되는 진단적 및 치료적 방법의 중요성을 평가해 경추 및 완통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효율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오후 강좌는 아시아태평양 미세최소시술 척추외과학회 박희전 차기회장이 좌장을 맡고 만성 경추통 환자에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기능이상 등 다양한 정밀 진단 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경추의 도수치료 적응증, 금기증 및 도수치료 방법에 대한 강의 이외에도 실습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2006-08-27 19:35:40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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